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누가 닭을 위해 노래하는가.일상 2020. 1. 4. 17:40
누가 닭을 위해 노래하는가.
TV를 보았다.
닭앞에서 멜로디언을 연주하는 아주머니
입안 가득 이산화탄소를 뿜으며 한 건반씩 정교하고 신명나게 연주한다.
계순이, 월순이라는 이름의 닭들에게
박수를 요청하고
연주료로 달걀을 받는다.
이게 뭐하는 짓인가 쳐다보는 닭들.
한 평생 지렁이랑 모이만 쪼다가
배가 아팠는지 어쨌는지 모르지만
지몸에서 나은 새끼들
껍질한번 못 까고 바쳤는데
사람 소리 시끌벅쩍한 날이면
어김없이 비틀어지는 모가지
이게 닭의 운명이었건만
인간들도 돈 주고 들어야하는
라이브 연주를 직접 듣다니.
얼마나 감격스러울까
닭은 꼭 기억하고 있다가
나중에 모가지가 비틀려서
운좋게 강아지나 다른 짐승으로 태어나
꼭 보답하리라 다짐한다.
그렇게 수십번이고
고개숙여 고맙다 한다.
우리가 대단하다고 여기는 일은 실은 허상이며
하찮게 생각했던 것들이 실로 소중한 이유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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