일상
-
누가 닭을 위해 노래하는가.일상 2020. 1. 4. 17:40
누가 닭을 위해 노래하는가. TV를 보았다. 닭앞에서 멜로디언을 연주하는 아주머니 입안 가득 이산화탄소를 뿜으며 한 건반씩 정교하고 신명나게 연주한다. 계순이, 월순이라는 이름의 닭들에게 박수를 요청하고 연주료로 달걀을 받는다. 이게 뭐하는 짓인가 쳐다보는 닭들. 한 평생 지렁이랑 모이만 쪼다가 배가 아팠는지 어쨌는지 모르지만 지몸에서 나은 새끼들 껍질한번 못 까고 바쳤는데 사람 소리 시끌벅쩍한 날이면 어김없이 비틀어지는 모가지 이게 닭의 운명이었건만 인간들도 돈 주고 들어야하는 라이브 연주를 직접 듣다니. 얼마나 감격스러울까 닭은 꼭 기억하고 있다가 나중에 모가지가 비틀려서 운좋게 강아지나 다른 짐승으로 태어나 꼭 보답하리라 다짐한다. 그렇게 수십번이고 고개숙여 고맙다 한다. 우리가 대단하다고 여기는 ..
-
밥상을 차리듯 삶을 산다면일상 2019. 12. 31. 11:34
밥상 차리듯 삶을 산다면 전자레인지에 음식을 넣고 타이머를 맞춘다. 1분. 그 사이에 국을 끓이고 반찬을 내고 밥을 퍼낸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운다. 국을 끓이고 반찬을 ㄴ... 뚜-뚜- 1분이 지났다. 꺼내보니 음식의 온도가 만족스럽지 못하다. 다시 1분. 그 사이 반찬을 내고 밥을 ㅍ... 뚜-뚜- 1분이 지났다. 제법 만족스럽다. 온기가 식을까 그대로 넣어둔다. 밥을 퍼내고 수저를 놓는다. 온기가 식었을까 30초를 더 돌린다. 전자레인지처럼 분 단위로 계획된 움직임으로 삶을 산다면 가히 못하는 일이 없을 듯하다. 1분이라는 시간은 참 짧고도 긴데 이에 열 배인 10분은 얼마나 소중한 시간일까 그랬던 적이 있었을 것이다. 수업 시간이 5분이라도 빨리 끝나면 똥강아지 반기듯 날뛰던 적. 5분 늦어서 버스..
-
왜 우리는, 왜 나는..일상 2019. 12. 5. 21:09
왜 우리는, 왜 나는.. 따사로운 햇볕을 온몸으로 맞으며 뚜벅뚜벅 걷고 싶다. 거리에 핀 꽃을 보고 초록의 산 내음을 깊게 느끼며 ‘아 좋다’하고 감탄하고 싶다. 햇살의 칼날에 베이는지도 모른 채 사색에 빠지고 싶다. 새소리를 들으며 그들의 이야기가 무언지 물이 얼마나 투명한지 푹푹 찌는 더윈지, 살을 엘 듯한 추윈지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. 왜 우리는 TV를 보다 ‘나’를 돌아보지 못하고 왜 우리는 스마트폰을 만지며 남이 정해놓은 계획대로 나를 소비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에겐 무엇이 부족하고 우리에겐 무엇이 남길래 이런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최근에 사람들과 대화를 한 적이 있는지 생각해보자. 대화의 주제가 사랑이었나, 돈이었나, 선택에 대한 고민이었나, 이러한 주제들은 낫다. 과시를 위한 품평, 타인에 ..